클레어 키건의 '이처럼 사소한 것들' - 이 책은 단 114쪽에 불과하다
보통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. 행복해 보이지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집이든 문을 열면 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. 운이 좋아 그 문제를 잘 넘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해 그 문제에 삼켜져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. 누구도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운이 되어주고자 하지 않는다.
자신의 평범하고 안전한 삶을 위하여 부당한 일들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히 여겨지고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.. 그 안전한 선을 넘어섰을 때 사람들의 태도는 바뀌고, 누군가는 욕을 하고 누군가는 외면한다.
이 책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-여자 아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는 수녀원에서 미사를 드리고, 흰 눈이 오는 날 석탄의 검댕이를 묻히며 가는 여자 아이는 가까이하면 안 되는 것인 양 외면하고 욕을 한다.
굳이 안 해도 될 선택을 한 펄롱 때문에 펄롱과 펄롱의 가족은 또 다른 시련을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른다.
"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지나갔다. 하지 않은 일,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-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.
펄롱은 생각했다.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,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.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, 삶이 어떨까, 펄롱은 생각했다.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-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?
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.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..
"어쨌든 간에,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?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?"
"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. 그래야 계속 살지"
"우리가 가진 것 잘 지키고 사람들하고 척지지 않고 부지런히 살면 우리 딸들이
그 애들이 겪는 일들을 겪을 일은 없어. "
하지만 만약 우리 애가 그중 하나라면?
"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"
"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, 거기 일에 관해 말할 때는 조심하는 편이 좋다는 거 알지? 적을 가까이 두라고들 하지. 사나운 개를 곁에 두면 순한 개가 물지 않는다고. 잘 알겠지만."
이 책을 읽는 내내 프레스기로 마음을 꾹!!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. 다 읽고 난 뒤 '후~' 그제야 프레스기에서 벗어난 것 같았지만 압축된 감정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. 숨기고 있던 비겁한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롱의 선택에 안도감이 느껴졌다. 그리고 서서히 멀어지는 감정은 안도감과 아쉬움이 함께 느껴졌다. 더 붙잡고 싶은 감정이나 머물지 않는 감정이길 바랐다.
- 저자
- 클레어 키건
- 출판
- 다산책방
- 출판일
- 2023.11.2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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