당신의 불행을 파시겠습니까
대신 상점에서 보관 중인 다른 행복으로 바꿔 가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.
나의 불행을 팔게 된다면.. 어떤 걸 팔면 좋을까?라는 생각을 했다. 그런데 '불행'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정의하기가 힘들었다. '불행(不幸)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하지 아니함. 행복하지 아니한 일 또는 그런 운수'이다. 특별히 큰 사고나 사기 같이 격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이라 "나에게 이건 불행이었어!!"라고 말할만한 것들이 없었다. 그렇지만 "나에게 불행은 없었어" 라고 하기에도 "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? 왜 나는 남들같이 사는 게 힘든 거지?"라는 생각도 꽤 많이 하고 살았다.
'그럼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일들이 불행 아니야?'라고 하겠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팔아야 할 불행인지 애매하다. 행과 불행의 경계는 너무 모호하고 '불행'이라고 생각한 일에도 순간순간 고맙고 따뜻한 '행'의 기억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. 그 불행을 버리게 되면 내가 지키고 싶은 행도 결국 버려야 하는 것이기에 나의 불행을 무작정 팔 수도 없다.
결국 내가 겪어오고 앞으로 올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듯하다.
만약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겪었다면 그 일은 팔아버리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.
이 책의 내용의 결말은 "그래서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잘 살았데요~ "와 같이 상투적인 결론이다.
주인공인 세린이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단편적인 행복만 보고 선택했던 삶들은 또 다른 불행들이 존재했다. 그리고 그 불행들을 함께 본 행복한 삶들은 더 이상 행복한 삶으로 보이지 않았다. 그래서 그 불행을 행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또 다른 삶들을 선택하고 체험한다. 그러다 선택한 것은 결국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삶이다. 가난하지만 나를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고 하고 싶은 태권도를 어떻게든 할 수 있고, 내가 좋아하는 남학생이 나를 좋아해 주는 그 평범함 삶이다. 그리고 그동안 세린이 체험했던 삶은 함께 도깨비 상점으로 자신의 불행한 삶을 팔러 함께 온 사람들의 삶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. 누군가는 세린이 행복이라고 생각한 행복을 누리지만 그 한편에 있는 불행을 더 크게 보고 그 불행을 팔기 위해 도깨비 상점을 찾아온 것이다. 결국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.
도깨비 상점에서 받았던 구슬들이 보여준 삶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불행도 함께 수용해야 하는 것이고 어떤 불행을 선택할 때 생각하지 못 한 행복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.
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행복한 누군가의 삶도 당사자는 이면에 있는 불행을 더 크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.
저렇게 돈이 많은데 왜 자살을 해~
저 좋은 직업을 갖은 남편과 왜 이혼을 해~
결국 타인은 헤아릴 수 없는 불행은 누구나 다 겪고 있고 그 불행과 행복을 얼마나 균형 있게 잘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사느냐에 따라 행복한 삶이 될 수도 있고 불행한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.
너무 뻔한 메시지이다.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대충 이런 결론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. 그러면서도 그래서.. "세린이 선택한 행복한 삶이 뭔데?" 너무 궁금해졌다.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.. "내 이럴 줄 알았어.. "라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. 너무 상투적인 메시지였지만 그럼에도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.
내가 놓치고 있는 내 삶에서의 행복은 무엇이지?
내가 나의 불행만 보느라 그 불행들 순간순간 찾아왔던 놓친 행복은 무엇이지?
내가 생각한 불행들이 과연 나에게 불행만 안겨 주었을까?
이 세 가지를 매일매일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.
타인의 시선에서.. 그리고 나의 시선에서.. 동일한 일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.
하루를 돌아보며 '행'과 '불행'을 바라보는 일기를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.
오늘..
내가 놓치고 있는 행복은 무엇이지?
오늘 나에게 찾아온 불행은 무엇이지?
그게 정말 불행일까?
- 저자
- 유영광
- 출판
- 클레이하우스
- 출판일
- 2023.06.1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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