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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늘 파란 하늘 같았으면 좋겠어
Essay/Doing & Thinking

[Essay]뜨개를 시작하다

by 별곰곰 2024. 2. 14.

외출 할 때 뭔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으면 뜨개거리를 갖고 나간다.

작년 11월쯤 유튜브를 보다 뜨개 영상을 보고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 
제 작년 번아웃과 우울증이 심하게 온 뒤로 모든 게 무기력하고 '~하고 싶다'라는 욕구가 사라졌다.
그 와중에 해 보고 싶다는 것이 생겼다는게 무척이나 반가웠다. 
어렸을 때 대바늘 뜨기로 목도리 정도 뜨는게 다였고 코바늘 뜨기는 해 본 적이 없었다. 
집에 있는 코바늘을 찾아 유투브를 보며 자투리 실로 따라 하는데 실의 굵기와 코바늘의 크기등이 다르니 안 그래도 없는 실력에 모양새가 나지 않았다. 
금방 의욕이 상실될지도 모르는 변덕에 큰 돈을 들이면서 시작하고 싶지 않아 다이소에서 1000원짜리 뜨개실을 몇 개 사와 떠 보기 시작했다. 

내가 본 유투부의 뜨개 영상은 기본 뜨기로 티코스터를 만드는 영상이었는데 
처음 영상을 봤을 때 이 정도는 나도 할 수 있지 않을까? 하는 오만함이 생겼었다. 
망손은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하는지라 어렵지 않게 기초를 배울 수 있었지만 달리 초보와 숙련자가 나뉘는게 아니었다. 
똑같이 뜨는데도 보여지는 퀄리티는 확연히 차이가 났다.
아직까지 매일 뜨개질을 하고 있는 중인데 확실히 처음보다는 정갈하게 떠지는 것 같다. 
그리고 무엇보다 좋은점은 잡생각이 들지 않는다
번아웃과 우울증이 오면서 가장 힘들었던 것은 생각이 너무 많아 잠을 잘 수도 없었고, 흔히 말하는 '멍~'을 할 수가 없었다.
멍 때리기가 이렇게 힘든 일인지 깨닫고 있다. 
뜨개질을 하다 보면 결과물에 집중을 하게 되고 그냥 막 뜨는 것 같지만 머릿속으로 코수를 생각하면서 뜨기 때문에 다른 생각을 할 수가 없다. 다른 생각을 하게 되면 여지없이 풀었다 다시 떠야 하는 일이 생긴다. 
소품을 뜨는 코바늘 뜨기는 대바늘에 비해 결과물을 빨리 볼 수 있어 쉽게 손에서 놔지가 않는다. 
그리고 이 때만큼은 어떤 것도 신경 쓰지 않게 되니 이 시간이 계속되었으면 좋겠다는 생각까지 든다.
우울증 늪에서 헤매고 있거나 생각이 너무 많다면 뜨개질을 강추한다. 사람마다 성향이 있어 뜨개질이 안 맞는 사람도 있겠지만 그런 게 아니라면 한 번쯤 해 보면 좋을 것 같다. 
언제 또 의욕이 사라질지 모르겠지만 아직까지 뜨개를 하는 시간은 생각을 비울 수 있는 나의 힐링 시간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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